심심한 맛의 열대과일 <구아버>
구아버는 어떤 과일일까요?
열대 과일의 일종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구아버'라고 불리고, 농림진흥청에서도 그렇게 표기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구아버'. 대체 왜 이런 괴상한 표기가 표준어인지 의아할 수 있는데, [ə]로 발음되는 영어의 어말 a를 '어'로 적던 옛 관습의 영향이다. 같은 피해자로 saga가 있었으나, 이쪽은 표준어가 사거라는 게 알려지기도 전에 사가로 표준 표기가 고쳐졌다. 원어 발음대로 '과바'라고도 하며, 영어에서도 이 발음을 따라 해 '과거' 정도로 읽는다. 타이완 사람들은 芭樂(바러)라고 부르며 즐겨 먹는다. 대만어 명칭은 菝仔(뽜라). 구아버 나무는 7m 정도 되는데, 잎을 꾹 누르면 기분 좋은 향기가 퍼지기 때문에 허브의 일종이기도 하다. 월계수와 향이 유사하면서도 월계수잎과 달리 쓴맛이 없기 때문에 월계수잎을 대체하는 향신료로도 사용된다.
구아버 열매의 맛
맛이 굉장히 심심하고 질감이 사과와 비슷한데, 굳이 맛을 표현하자면 종이 정도의 맛이다. 품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모두 옅은 맛이다. 비타민 워터나 2프로 부족할 때보다 더 옅다. 먹을 때도 사과처럼 잘라서 먹으면 생긴 모양이 100퍼센트 사과라서 무심코 먹었다가 난감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많다. 더 익어서 노랗게 되면 향만큼은 다른 과일들을 압도할 정도로 향긋하고 달콤하며, 질감은 서양배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맛만큼은 그렇게 크게 달지 않다. 다른 것보다도 씨가 문젠데, 똑같이 씨가 많아도 한쪽에 뭉쳐 있는 파파야 같은 것과 달리 구아버는 과육 전체에 포도씨보다 더 단단한 씨앗들이 퍼져 있어서 과육 자체로 먹기가 대단히 난감하다. 그 단단함은 피스타치오 껍질과 비견할 수 있다. 동남아에서는 덜 익은 구아버를 소금에 찍어 먹기도 한다. 베트남에서는 고춧가루를 섞은 소금(muối ô mai)을 쓰는데, 소금의 짠맛으로 인해 은은한 단맛이 올라오는 게 은근 김치를 먹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태국에서는 편의점에서 썰어놓은 구아버와 소금을 세트로 판다. 구아버로 만드는 과자와 음료수가 상당히 많이 있다. 그런데, 그것의 대부분은 한국에 수입되고 있지 않다. 또 차로도 만들기도 한다. 오렌지 주스와 토마토 주스를 섞으면 구아버 맛 주스가 된다.
구아버 품종
한국인 입맛에 가장 맞는 구아버 종류로는 '파인애플 구아버'가 있으며, 이것을 '페이조아'라고 한다. 브라질이 원산지이며, 열대 식물인데도 의외로 -10도까지 버틴다. 이 구아버의 식감은 배와 바나나를 합쳐놓은 듯한 식감이다. 가운데 부분은 바나나처럼 매우 부드럽지만, 껍질 근처에 가면 배같이 사그락거리는 식감이 된다. 또 열매 자체에서 기묘한 향이 나는 편이라 이 열매 3개만 있어도 노총각스러운 방 안의 냄새를 중화시킬 수 있을 정도. 그리고 건조한 방 안에 놓아두면 잘 썩지도 않고 후숙이 아주 잘 된다. 이때 먹어주면 괜찮다. 기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구아버는 열대 왕구아버라는 종류로, 종류에 따라 과육이 흰색인 것과 분홍색인 것이 존재한다. 열매가 달렸을 때 무수한 열매를 솎아내어 키우면 구아버 열매의 크기가 복숭아만 해진다. 성질 급한 사람은 열대 왕구아버 쪽으로 키워야 하고, 절대로 파인애플 구아버는 키우지 말 것. 열대 왕구아버는 온도와 토양 조건이 맞으면 괴물같이 성장하지만 파인애플 구아버는 그 성장 속도가 상당히 더디다. 대신 파인애플 구아버는 열대 식물치고는 한반도 남부 지방의 추위에 견디지만, 열대 구아버는 제주도의 겨울에도 죽어버린다. 그래서인지 제주도 서귀포시에는 그 기후가 따뜻하여 파인애플 구아버를 집의 유실수로 기르는 집이 흔한 편이다. 전부 보면 크기들이 최소 10년 이상 키운 집들이다. 꽃이 상당히 이쁘나 열대 구아버와 달리 향이 나지 않는다. 열매를 맺으려면 5년쯤 기다려야 하고, 그나마도 수정시키기가 쉽지 않다. 파인애플 구아버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다. 자가 수정이 가능한 품종과 타가 수정을 해야지만 열매가 맺는 종류. 대개 국내에서 판매되는 종류는 타가수정을 해야 열매가 맺는 것이 주류이다.
구아버에 얽힌 여담
열대 지역보다 동북아 지역에서 재배한 페이조아 구아버가 품질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참조. 대만에 사는 한 남성의 사랑니에서 구아버 싹이 난 적이 있다. 그 남성은 이미 하나의 사랑니를 뽑은 상태였고, 구아버 씨가 사랑니가 뽑힌 자리에 끼게 되어 자리 잡고 싹을 틔운 것. 대한민국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델몬트의 포시즌주스 광고일 것이다. 이전에 이효리가 나온 망고 주스에 이어지는 광고로, 김C가 북을 치면서 "구아버 구아버~ 망고를 유혹하네~"로 시작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광고는 전국에서 크게 히트 쳤지만, 광고와는 별개로 맛은 없었는지 주스의 인기는 빠르게 얻은 만큼 빠르게 식어 2~3년 후 사라졌다. 맛은 일반적인 구아버 주스 맛이었지만, 구아버 특유의 단맛보다는 맹숭맹숭하고 씁쓸한 맛이 강조된 느낌이어서 그런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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